유니폼의 재발견


이렇게 입고 일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기분은 좋을 겁니다.

Edit & Photo. TAEIL PARK


뉴욕에서 멋진 고동색 유니폼을 입은 UPS 배송원을 보고, 서울의 택배 아저씨보다는 조금 더 즐겁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한 적 있습니다. 곱씹을 수록 세상에는 예쁜 유니폼, 워크 웨어가 참 많습니다. 기능에 충실하고, 담백하지만 시선을 끄며, 무엇보다 오래 입고 써 온 노동자들의 건강한 이미지가 이미 '검증된 멋'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Uniform Overshirts, Uniform Work Pants, T-Shirts, BELLBOY. 
Boots, PADMORE & BARNES by BARBERSHOP.  


BELLBOY UNIFORM SET-UP

'유니폼 오버셔츠'와 '유니폼 워크 팬츠'가 합을 이룬 벨보이 유니폼 세트 업은, 호텔 뒤편에서 일하는 스태프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거친 일의 전반을 책임지는 그들이 오래 두고 입은 옷의 면면을 상상을 통해 구현했습니다. 재킷처럼 가뿐히 걸쳐입을 수 있는 오버셔츠의 절묘한 길이와 폭, 입는 방식에 따라 다채로운 실루엣을 만드는 워크 팬츠의 넉넉한 피트. 그리고 뺄 수 있는 만큼 바싹 뺀 하드 워시드 데님 소재까지. 모든 세부는 노동자의 옷이라는 근원에서 온 것이지만, 취향에 따라 즐기기 나름입니다. 


 

 
Uniform Overshirts, Relaxed 70's Sweatpants, BELLBOY. Turtleneck, EDITOR'S OWN. 992, NEW BALANCE.

 

NEW BALANCE 992

스티브 잡스가 실제로 신은 모델이 990도 993도 아닌 992라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보다 좀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은 스테파노 필라티가 신어 유명세를 탄 신발 역시 992라는 사실 또한 압니다. 왜 갑자기 992냐고 한다면 글쎄, 최근에 재발매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만, 곱씹어 볼 수록 좋은 벨런스를 가진 모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Tip. SWEAT PANTS

어떤 바지를 입어야 할지 애매할 땐 스웨트 팬츠를 입으세요. 피팅이 안정적인 스웨트 팬츠는 어떤 옷, 어떤 신발과 만나도 실루엣과 밸런스를 모두 잡아줍니다. 그 중에서도, 흰색 계열의 스웨트 팬츠는 의외의 구원투수입니다. 밝거나 어둡거나, 클래식하거나 캐주얼하거나, 어떤 옷을 만나도 단번에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줍니다. 다만, 면접이나 상견례를 갈 땐 분위기 파악이 좀 필요합니다.  


 
Shaggy Dog Sweater, SHETLAND WOOLEN CO. by BARBERSHOP. 
Uniform Work Pants, BELLBOY. Boots, PADMORE & BARNES by BARBERSHOP.

 

PADMORE & BARNES

클락스 왈라비를 쏙 빼닮은 이 신발은 패드모어 앤 반스라는 브랜드의 오리지널 부츠입니다. 패드모어 앤 반스는 1967년부터 1987년까지 클락스가 소유한 공장으로, 클락스를 대표하는 상징적 신발인 스웨이드 모카신을 생산했습니다. 1987년 이후 클락스가 생산 기지를 아시아로 옮기면서, 패드모어 앤 반스는 독립된 브랜드로 계속 신발을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락스와 패드모어 앤 반스 모두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을 씁니다. 누가 진짜 오리지널이냐는 질문에 '오피셜한' 답을 하기 위해선 복잡한 법적 분석이 필요할 테지만, 원조집이 내는 깊은 맛 비슷한 무언가가 패드모어 앤 반스에겐 있습니다.  


Tip. SHETLAND SWEATER

복실복실한 셔틀랜드 스웨터를 입는 것만으로도, 일 따위 잊어도 좋을 찬란한 주말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워크 팬츠와 셔틀랜드 스웨터의 조합은 그래서 묘한 대비를 줍니다. 이 스웨터는 겨울에 입는 옷 같지만, 진짜 빛을 발하는 건 가을이나 봄입니다. 데님과 부츠, 예쁜 스카프 하나면 모든 근심이 사라질 겁니다.     



Styling. TAEIL PARK @taeilpark 
Hair & Make Up. MINJI KIM @ m_j108 
Curation. BELLBOY CLOTHING @bellboyclothing